오늘 메일함에 제인 구달의 평전이 나왔다는 광고가 왔다. 값이 비싸서 당장 사기는 부담스러운 이 책의 원제는 "인간을 다시 정의한 여자"(Jane Goodall: The Woman Who Redefined Man)란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얼마 전에 읽은 제인 구달의 책을 보면서 나도 침팬지가 아닌 인간을 계속 생각했으니까.

 제인 구달 평전      인간의 그늘에서

<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구달의 침팬지 이야기(사이언스북스)>. 책이 쓰여진지는 벌써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2001년이란다. 본인도 거의 연예인 급이면서 제인 구달을 연예인 보듯하는 번역자는 바로 최재천 교수. 아래 옮긴이의 말은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을 잘 표현해 준다.
침팬지와 하나가 되는 그 나름의 과학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 품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구글 도서 정보에 보면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야생 침팬지의 생태에 초점을 맞춘 동물행동학 연구서. 잠자리에는 절대로 배설을 하지 않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하지 않고 트인 공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는 침팬지의 기본적인 습성에서부터 침팬지 사회의 에티켓, 침팬지의 유아기, 유년기, 사춘기, 성생활, 사회적 서열 관계, 먹이 사냥과 도구 사용에 이르기까지 침팬지의 생태 전반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정보만이 아니라, 감동도 얻게 된다.
어느날 나는 수정같이 맑은 작은 실개천 둑에 데이비드와 가까이 앉아 있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잘 익은 빨간 야자 열매를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주워 손바닥을 벌려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머리를 돌렸다. 내가 손을 더 가까이 가져가자, 그는 열매를 보았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곤 이내 열매를 집으며 그의 손으로 내 손을 힘있게, 그러나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자, 그는 내 손을 놓고 손에 쥔 열매를 내려다 보더니 땅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나를 안심시키려는 그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떤 과학적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았던 그의 손가락에서 느껴오는 촉감은 지성이 아닌 더 원시적인 감정을 통하여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 몇 초 동안은 인간과 침팬지가 따로 진화해온 그 장구한 시간의 장벽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것은 내가 가진 그 어느 원대한 소망보다도 훨씬 더 큰 보답이었다.

일터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 침팬지를 닮았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화를 낸다. (옛날에 난 그의 모습을 연필로 그려서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그림도 좀 비슷했다. 그 때도 그는 그림을 찢어버렸다.) 과학을 좋아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재미있게 읽고 있길래 이 책도 좋아할 줄 알고 책 내용도 이야기해주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며 화를 낸다. 이 안에서 지내면 더욱 인간과 침팬지의 습성이 비슷하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좋은 말벗이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안타깝군.
2010/04/17 12:22 2010/04/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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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방침 - 올 여름까지?

안에서 '파우스트'를 읽었다. 좋은 문장이 참 많아서 읽으면서 배가 불렀다.
누군가에 말에 따르면 '사치'겠지만, 그래도 이런 사치없이 뭔 재미로 사나 싶다.
욕심때문에 운동도 해야하고, 일본어 공부도 해야하고, 글도 써야하고 이런 해야할 것들을 잔뜩 만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게 책 읽는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사서 읽기엔 돈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안 읽고 공부만 하자니 허전했다.
다행히 생활도서관에 가서 장기간 여러권의 책을 빌리는데 성공. 앞으로 약속을 잘 지키면, 돈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다.
생활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모두 다 빌려갈 수 없어서, 나름대로 책읽기 방침을 세워 적어둔다.

당분간(최소한 올 상반기까지) 사회학, 트렌드, IT, 경제, 경영, 국제정치는 읽지 않는다.
과학, 기술, 에너지, 환경, 생태, 성정치 관련 책을 읽는다.
최근 유행하는 철학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책을 읽는다.
2000년 이후 한국현대소설을 읽는다.
민음사 등에서 나온 고전 전집을 꾸준히 읽기 시작한다.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책을 읽은 후 반드시 중요한 부분을 발취, 독후감을 쓴다.
취향에 맞는 책도 적당히 읽는다.
알라딘 베스트 셀러는 최대한 읽는다.(자기개발서 제외)

이런 방침에 맞춰(?) 구해가는 책들. 다음에 나오기전까지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1. 시대를 건너는 법 (한겨레출판) 서경식 지음
2. 주기율표 (돌베개) 프리모 레비 지음
3. 르몽드세계사 (휴머니스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4. 퀴즈쇼 (문학동네) 김영하 지음
5.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책갈피) 최무영
6. 새로운 가족 - 해체인가 변화인가 (소화) 오카다 미쓰요 지음
7. 로쟈의 인문학 서재 (산책자) 이현우 지음
8.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프리모 레비 지음
9. 을지로순환선 (거북이북스)/최호철 지음
2010/03/07 15:35 2010/03/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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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적은 월급

한달에 팔만원도 안되는 돈에서, 전화요금이랑 PC방 이용요금이랑 빠져나가면 남는게 없다.
책도 좀 사보고 싶은데, 통장에 잔고가 없다.
마음 속 지름신은 비틀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엘범들과 <비틀즈 콜렉션>이랑,
<SERI 전망 2010> 이랑 <어플루엔자>를 비롯한 각종 신간 서적을 사라고 외치는데-
일단은 갖고 있는 책이나 보고, 빌려서 읽는 수 밖에......
차라리 신간이 아닌 고전 빌려읽기로 방향을 틀어버릴까.
2009/12/06 18:57 2009/12/0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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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것들

<바람의 검심 - 유신지사의 진혼곡>, 2009.1.27. 어둠의 경로 ㅋ
일본 역사를 막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의와 불의, 앞과 뒤가 어지러웠던 시대의 슬픈 이야기. 심란한 가운데 본 심란한 애니메이션. 사극이 한 사회의 정체성을 만을어내는 도구(최근 중화TV에서 보여주는 <초한교웅>인가 하는 진말한초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봤는데, 고우영의 <초한지>와 어쩌면 사실 관계가 완전히 다르다)라면, 일본의 경우는 애니메이션으로 역사물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까? 

<BE KIND REWIND>, 미셸 공드리, 2009.1.31.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완전 웃기다! 영화 내내 웃어서 같이 본 친구가 민망해했다. 미안. 수많은 작품에 보내는 헌사, 마지막 장면은 시네마천국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 영사기를 돌려서 영화를 광장에 내놓는 장면 - 에 대한 헌사. 영화가 끝난 뒤에 친구와 함께 동네마다 이런 SWEDED한 영화로 겨루는 영화제가 있으면 재미나겠다고 상상했음. 블로그도 영화도 미술도 모두가 누릴 수 있길.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2009.2.1.
내가 처음 읽은 김연수의 글이다. 나는 이런 소재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 반갑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소식일 듯. 그러나 아마도 그들 중 대부분은 이런 소설이 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 멋진 대사들의 향연. 다른 인물들보다는 일본군 장교와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24CITY>, 지아장커, 2009.2.3. 씨네큐브 광화문.
어느 날 아침에 (보기 힘들다는!) 이 영화를 하는 걸 보고, 꾸여꾸역 찾아간 영화관. 우연히 이 영화와 감독의 숭배자인 블로거 '그대'를 만났다. 이런 우연한 조우는 유쾌하다. 우리는 종로에서 값이 싸고 맛이좋으며 양이 많은 쌈밥을 먹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전문가 '그대'의 감상에 트랙백으로 덧붙이는 게 좋을 듯.

<꾿빠이 이상>, 김연수, 2009.2.6.
어렵다 ㅠㅠ, 흥미진진하다. 이상 또는 한국 근대 문학 입문서라고 해도될 듯. 아마 이상과 관련한 모든 자료, 연구성과 등을 다 섭렵했겠지. 어린 날의 나는 문학을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눅이 든다. 서노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여행할 권리>, 김연수, 2009.2.10.
이 사람처럼 나도 국경, 가보지 않은 세계가 궁금하다. 너무나! 최근에 본 김훈의 산문이랑 다르게 일관되지 않아서 좋다. 김훈의 일관됨은, 일관된 절망은 빠져나갈 틈이 없다. 목을 조르는 것 같다. 늙는 것과 죽는 것 때문에 인간은 절망을 알지만, 절망하기 때문에 빨리 늙고 빨리 죽기도 한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2009.2.10.
김연수를 계속 읽고 있다. 이런 글 읽기는 즐겨하지 않는 편이었다. 어린 날의 나는 문학을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다니까.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가 안통했던가. 그러니까 실은 내가 대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9/02/06 18:15 2009/02/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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