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그녀가 면회왔을 때 들려준 루시드 폴의 새 앨범. 좋은 노래들이 많다.
서른 살이 보름도 안 남은 나에게, 그 중에서 "벼꽃"이라는 노래는 더 여운이 남는다.
2000년대의 첫 10년이 저물어 가고, 나의 20대가 저물어가는데, 아직 난 "텅빈 들판"에 서 있는 것 같아서일까.
벼꽃, <레 미제라블> 중에서루시드 폴보이지 않는다고 나를 사랑 하는지 묻진 말아요햇살 쏟아지던 여름 나는 조용히 피어나서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을이 오면이런 작은 사랑 맺어준 이 기적은 조그만 볍씨를 만들꺼에요향기가 나진 않아도 그리 화려하진 않아도불꽃같던 내 사랑을 의심하진 말아줘요모두들 날 알지 못한다고 해도한번도 날 찾아 본 적 없다 해도상관없어요 난 실망하지 않으니머지않아 나락들은 텅빈 들판을 채울테니눈을 크게 떠 날 찾아도 더이상 난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하지만 내가 생각 난다면 불꽃같던 내 사랑 하나 믿어줘요
스무살 - 대학교 1학년의 5월, 나는 선배님들의 손을 잡고 부산의 어떤 큰 행사에 갔다. 행사장에 도착할 때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비를 맞으면서 열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았다. "햇살 쏟아지던 초여름".
그 때 나는 "조용히 피어"났나보다. 말글대로 조용히 피어났을텐데, 가끔은 화려하게 피었다고 착각도 했다. 벼꽃과 다르게 나는 "향기가 나진 않"고, "그리 화려하진 않아"서, "모두들 날 알지 못"하고, "한번도 날 찾아 본 적 없"어서 "실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내 사랑도 "불꽃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것이 중요해. 서투르고 부끄러워도, 불꽃같기에 "텅빈 들판"을 채울 거란 믿음을 가져볼 수 있는 거다.